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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생활기 > 필리핀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피치알리스 발행일 :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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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눈앞에 다가오니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무얼 했었나 잠시 회상을 해본다. 작년에는 무엇보다 필리핀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라서 좀 심심하게 보낸 것 같다. 딱히 만날 사람도 없이 거의 70% 이상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조용히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는데 막상 사람들을 안 만나니 정말 심심해 미칠정도였다. 그때는 필리핀에서 잠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현지인친구를 사귀면서 가끔은 저녁식사에 초대받기도 하였다. 

 

필리핀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가족들과 보내는게 풍습이라서 종종 가족들과 마주한 자리에 초대를 받기도 했지만 몇 번은 거절을 하기도 했던 적이 있다. 그들의 따뜻한 호의에도 함께하지 못해서 좀 미안하긴 하지만 가족들과 보내는 자리에서 이방인인 내가 끼기에는 좀 어색하기 때문에 맘 편히 집에서 보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건 같다. 

 

그래도 작년 12월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혼자서 많은 걸 극복하는 시기라서 기억에 더욱 많이 남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크리스마스당일날 정말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때는 내가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건 사실이지만 필리핀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정말 특별하다. 민족 최대명절이기 때문에 이방인인 나는 더욱이나 뭔가 안하면 정말 아쉬울 수도 있는 그런 날이다.

 

작년 한해를 돌이켜 보면 정말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정신없이 일을 하기도 하고 하루 18시간 동안 충분한 숙면없이 일을 했었다. 하루 20시간 가까이 깨어있고 하루 4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으니 정말 매일같이 피곤한 하루였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작년에 단 한시간 잠자고 현지인친구네 집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바리바리 음식을 싸들고 현지인 친구의 고향집에 차린 식탁

 

 

 

2013년도 12월 25일

지금으로부터 약 1년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서 다시 나의 일기를 펼쳐봤다. 12월 25일 26일은 나에게는 황금 같은 연휴였다. 또다시 바빠질 것을 예상했기에 잠이 부족해도 원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겠노라고 다짐하고 현지인친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가게 된 곳은 따나이(Tanay)이다. 필리핀에서 마닐라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 사람들은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곳이다.


현지에서 가장 처음 알게된현지인 친구와의 오랜 인연으로 매년 그곳에서 보낸 것만 같다. 친구의 집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고향집에 나를 초대해주니 그저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날 많은 걸 준비하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밥상 차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거들고 도와줘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만찬을 한 것 같다. 


무엇보다 화려한 저녁식사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족해 보여서 소박한 식탁에서 마주 보면서 즐거운 식사를 하는 것이 필리핀의 정을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친구의 막내조카 LA (이름이 길어서 그냥 그렇게 부른다.)

 

 

 

한국식품점에서 사온 김치를 올린 식탁과 필리핀 열대과일 두리안

 

 

 

옹기종기 모여서 오붓하게 여자들만 가지는 저녁식사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는 본인이 조그맣게 사업을 하면서 이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해왔다. 아이 셋을 둔 친구의 언니는 남편도 없이 양육을 하느라 혼자서 큰 아이의 초등학교학비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동생인 친구가 조카의 학비며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두번은 마닐라로 차로 3시간 떨어진 곳을 방문하면서 가족들을 종종 만나러 오는데 이 집 역시도 친구가 틈틈히 돈을 모아서 가족을 위해지어 준 집이라고 한다. 집 공사가 마무리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벽면은 시멘트가 발라지지 않았고 바닥은 얇은 장판이 깔려 있었다.

냉장고가 없어서 그때그때 음식을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설거지를 안하며 날파리와 개미가 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거의 가족을 부양하다시피 하면서 늘 항상 걱정돼서 찾아오는 친구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래서 이들에겐 크리스마스조차도 특별한 것 없이 보냈을 걸 생각하니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 25일의 단 하루의 시간이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근처의 강에서 밤낚시를 하자길래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찾아갔다. 지난번에 물고기 9마리를 잡고 낚시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날은 물고기를 놓치기 일쑤였고 결국 한마리도 못 잡았다. 다른 친구 한 명이 겨우 가재 한 마리 잡은 거에 만족해야만 했다.

 

 

 

 

가재 한마리 잡았단다고 좋아서 사진까지 찍었다.

 

 

 

 

필리핀에서 밀크티를 파는 곳! infinit tea

 

 

저녁 먹은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플까?

그 동네에서 새로 생긴 카페에서 밀크티를 마시러 가게 되었다.

 

 

플라스티 컵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

 

 

메뉴판, 카페내부

 

 

저녁 7시만 되고 깜깜하고 교통이 혼잡한 필리핀

낚시하면 물고기라도 먹어보려고 했더니만 낚시도 못해서 허탕치고 돌아서는 길에 카페를 들렀다. 유독 필리핀사람들은 열대나라에서 살아서인지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밀크티부터 시작해서 버블티나 다양한 차종류를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자주 접할 수 있는게 밀크티이다. 저녁 9시가 되니 스스로 눈이 풀어지면서 녹초가 된 눈을 비비고 들어가게 된 곳이 이 카페이다. 크리스마스 때라서 인지 주문하려고 하니 안 되는 게 더 많다. 그래서 아쉽게나마 밀크티를 주문했고, 각자 한 사람씩 큰 사이즈로 마시기로 했다.


원래 나쵸칩도 판매하는 것 같더니만 이 날은 사람들도 너무 많고 그래서 다 팔렸단다. 그래서 그냥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난 이날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눈동자에는 별빛이 빙글빙글 돌고 금방이라도 꿈나라로 갈 기세였기 때문이다.

밀크티도 너무 사이즈가 커서 결국 반쯤 남기고 컵은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친구가 데려다 주긴 했지만 눈동자가 희미해져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잠들고 일어나니 전날 마신 밀크티 컵이 그대로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때 정말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잤으니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쉽게도 다음날 다른 친구의 초대는 거절하여야만 했다. 내가 워낙 잠자는 시간도 구분 없이 자유분방한 편이라서 밤새도록 컴퓨터를 맞대고 일을 해왔던 시기라서 잠 한숨도 못 자고 24일 25일을 뜬 눈으로 지새우니 너무 피곤했었지만 친구의 집에 가서 피곤한 거 전혀 티 안 내려고 노력하고 집안일을 거들어주니 더더욱이나 피곤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불과 1년 전이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때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올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낼지 참 궁금해지지만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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