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얻은 한가지

어머나 세상에...

"괜찮아?" "많이 다친데는 없고?" 

병원에 있는 동안에 수십통의 메세지를 받아서 일일이 하나하나 답변을 못 줄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치료때문에 한동안 팔다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 3주나 지났다. 최근에 일어났던 교통사고 일을 되돌이켜보면 가슴에 크게 한이 맺히듯이 억울함에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그 당시 상황조차도 기억이 안나서 혼자서 곰곰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이 안나는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궁금증이 하늘을 치솟는다. 그런 불의의 사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크리스천으로써 평생 간증을 하고 살아야 겠다고 굳게 다짐해 본다. 

@퇴원 후 보름이 지나서야 친구손에 이끌려서 친구네 집에 갔는데 그날따라 컨디션이 말이 아니라서 푹신한 쇼파에 앉아서 바깥 정원을 한참동안 감상하였다.

사고로 잃은 것

이번에 교통사고로 잃은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주변에 우려와 달리 한가지 얻은 거 하나로 평생 만족하면 살 것이다. 사고때문에 잃은 것을 하나하나 나열하면 잠시동안 화를 불끈 솟게 된다. 그렇지만 그렇게 보이는 것만 생각하면 나에게 유익이 되는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좋게 가볍게 잊고 싶다. 

사실 가장 큰 타격은 돈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우울증으로 잠시동안 멘붕이 왔었다. 알다시피 필리핀에서는 의료보험제도가 열악해서 가해자조차도 가난한 군인이라서 그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전부 감당할 수 없어서, 그동안 모은 돈을 다 쏟아부었고, 그것조차 모자라서 지인들 도움으로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갚을 빚이 너무나 많다. 가해자에게 조금씩 병원비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 

그리고 머리부상은 지체도 한동안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주었다. 한동안 밖에도 못나가고 혼자의 힘으로 나가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고, 머리를 수술하면서 수술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그에 따른 휴유증을 감당하여야만 하기 때문에 오른쪽 귀가 잘 안들리는 것과 냄새를 못 맡는 건 3개월이상 걸린단다. 그래서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추석때 한국에 가려고 다른 번역일을 하면서 한국행 티켓을 끊어놨지만, 못가게 되었다. 지금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들이 곁에 없어도 전화통화나 문자를 대신해서 소식을 주고 받는 것에 만족해야만 한다. 운좋게 번역일로 한국행티켓을 구하고 여유자금을 모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사고 후에 3일동안 무의식 중에서 나를 돌봐왔던 친구가 찍은 사진. 내 스스로도 믿기 힘들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다.

잃은 것보다 얻은 한가지로 인해서 내 삶이 뒤바뀌었다. 

"오토바이사고는 목숨까지 앗아가는데 그깟 수천만원의 병원비가 별 대수겠어?" "너 목숨은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어." 라고 엄마는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맞는 말이다. 평생을 살면서 내 생명의 가치를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우선은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치 호흡하는 것처럼 내 기도가 끊임이 없어야 한다. 

사고로 인해 많은 주변인들의 보살핌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어떤 어려움이 왔어도 크리스천으로써 하나님께 의지하는 그 힘이 가장 큰 원천이 되었다. 신앙인이든 신앙인이 아니던 간에 죽음이 닥쳐 올때 "아이고 신이시여."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로 인해 내 평생에 주님을 증거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다. 그로 인해 얻은 내 삶을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번 일로 큰 변화가 찾아왔다. 

죽음의 문턱에서 얻은 한가지는 바로 "삶"이다. 이전에는 현실에만 앞서서 그리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내 삶...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최고의 소망이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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