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현지인들과 돈거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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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현지인들과 돈거래란

피치알리스 발행일 :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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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조심해야 되는 건, 바로 돈거래. 

현지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현지인들을 접할 수 있고, 더불어서 현지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대부분에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에게는 굉장히 호의적이다. 그러면에서 볼 때, 현지인들과 인간관계에 한해서는 문제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현지회사에서 현지인들과 트레이닝을 받는 시기에 현지인들과 식사도 같이 하면서 하루종일 같이 할 수 있어서 참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굉장한 호의를 베풀면서 친해지는 친구가 있었다. 사실 나같은 경우에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은데, 나에게 호의를 베푸는 친구는 왠지 모르게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많이 기피하는 친구였다. 

겉모습만 봐도 그렇게 호감가는 얼굴은 아니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항상 야한 옷을 입고 다니고, 그 친구와 말을 하고 있으면 담배냄새가 나서 가까이서 대화하기가 굉장히 불쾌했다. 그렇지만, 당시에 현지 지리를 잘 모르고 있었던 터라.. 고맙게도 집이 같은 방향이니, 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고 했다. 워낙에 필리핀은 교통편도 안좋고, 위험하길래 직장동료 아는 사람 한명이라도 같이 하면 안전하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집에 가는 길에 출퇴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일을 마치고 너무 피곤해서 버스에서 잠깐 눈을 붙이려고 하면 계속 말을 시켜서 약간은 짜증이 났다. "한국은 어때?" "한국남자 만나고 싶은데 혹시 아는 사람있어?" 등등의 별로 영양가없는 대화였다. 

그래도 매일같이 기다려주고 같이 가주는게 고마워서 차마 외면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차비도 대신 내주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면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도 사주는 거다. 그런 호의에 고맙기도 했지만, 외국인으로써 얻어만 먹는게 왠지 마음에 걸려서 다음번에 신세를 갚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몇일 후, 본인 월급이 나왔단다. 나한테는 월급 나왔냐고 물어보는 거다. 그래서 아직 확인을 안했으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마침 트레이닝을 마치고 현지인들과 계획해서 엠티(TeamBuilding)을 가지려는 생각에 분주했는데, 기꺼이 한국인들도 초청해 주겠단다. 그래서 그 친구가 본인이 다 아니깐 자기만 따라오라고 했는데, 잠도 한숨도 못자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준비하러 본인집에 같이 가자는 거다. 그리고 한참을 가서 그 친구 집에 갔는데, 빈민가같아 보이는 허름한 동네에 그친구 집이 보였다. 화장실도 푸세식에 방도 없이 뻥뚤린 공간에서 온 가족이 산다고 말했다. 어찌되었든 그 친구집을 들려서 지프니를 타고 트라이씨클을 타고 한참을 갔다. 더군다나 비가 오는 바람에 같이 온 한국친구들한테 미안할 정도로 고생을 했다. 그리고 겨우겨우 택시를 잡아서 도착을 했는데, 택시로 가면 30분 거리밖에 안되는데 고생고생해서 갔다고 생각하니 딱히 탐탁치 않았다. 


필리핀 로컬동네 골목길



그래도 같이 와준거 보면 미안해서라도 신경이 가는 친구였다. 그 이후 재밌게 놀았지만, 현지인들은 역시가 그 친구를 외면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궁금하고 오히려 다른 현지인들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을 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왕따 아닌가. 이 나라에도 이런게 있었다니.. 생각하면서 의아해 했다. 그리고 몇일 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돈이 필요한가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 3000페소(약 8만원) 있냐고 물어보는 거다. 마침 그 친구 생각해서 간식을 가져갔는데 먹지도 않고 빤히 나를 쳐다보면서 뭔가 할말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난 아직 월급이 안나와서 도와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서 월급확인하러 같이 가줄 수 있다면서 같이 ATM에 가자고 했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들어서 일 끝난지 얼마 안되서 피곤해서 가봐야겠다고 거절하고 돌아섰다. 굉장히 무례한 부탁이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1000페소라도 빌려주면 자기가 다음 월급때 2000페소를 갚겠다고 했다. 정말 거절하기 힘들었지만, 도저히 못 믿을 것 같아서 그냥 안된다고 거절을 하니, 알겠다면서 아쉽게 돌아섰다. 그 이후로 같이 일하던 친구 한명이 다가와서 물어봤다. 걔가 돈 꿔달라고 했다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아는 방법이 있단다. 정말이지... 그 친구 체면을 생각해서 숨기고 싶었지만 그냥 사실대로 말하고 안빌려줬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절대 돈 빌려주지 말라면서 신신당부를 해서 그 이후로 그친구를 불러서 솔직하게 불쾌한 감정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렇지만 반성하는 구석이 있는 줄 알았더니, 다른 친구들을 오히려 험담하는 거다. 그래서 정말 황당해서 따끔하게 충고해주고 끝을 냈다. 

필리핀에서는 특히나 현지인들이 외국인에게 쉽게 접근하면서 친해지는 케이스가 있다. 그렇지만 돈거래에 있어서는 정말 냉정해야 된다. 친구관계에서도 돈이 개입이 되면 인간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불쌍하다고 도와주면 그걸로 인해서 빌붙는 안좋은 습관을 들여버리게 된다. 물론 인건비가 낮고, 정말 하루살이로 생활하기 때문에 안쓰런 마음이 들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와줄수만은 없다. 그래서 현지친구에게 따끔하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너와 같은 국적을 가진 피노이인이라면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난 한국인이고, 필리핀에 있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현지인에게 이런식으로 도움을 받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외국인이 당할지 모르니깐... 내가 만일 한국에 있어도 외국인을 본다면,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잘살아도 더 도와줬을꺼야. 타지에 나와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게 올바른 선택이거든. 이런 말하는 거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말이 통하리라고는 신뢰가 생기진 않는다. 주변 현지친구들이 좋긴 하지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남에게 쉽게 의존을 한다. 특히나 외국인이 더 우월하고 잘 살아 보여서 더 의존을 하는데 그건 정확하게 틀린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도 도와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는데, 만일 내가 현지인의 입장이었다면 외국인에게는 부탁을 안했을 것 같다. 그 이후로 직장에 같이 다니던 게이가 울면서 돈이 없다면서 말하길래 돈을 그냥 주었다. 그리고 먹을 것도 항상 챙겨줬는데, 결국에는 더 바라는거다. 정말 고맙다면, 100원짜리 사탕으로라도 성의를 표시했을텐데 말이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고마움의 표현을 할 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돈에 있어서 인색할 수밖에 없는 이런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참 사람들 성향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느끼게 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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