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몽골인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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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몽골인 친구가 있다.

피치알리스 발행일 :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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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한참 사회적응기에 들어가면서 나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당시 유일한 대책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주변인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여기 저기 검색을 하면서 정말 어디를 갈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지금 살고 있는 필리핀생활도 전에 비해서는 나름 만족스럽지만, 무엇보다 큰 걱정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어서 나를 안정시켜줄 평화로운 곳을 더욱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주로 가던 도서관에서 여러 여행가이드북을 찾아보다가 눈 앞에서 발견한 책은 "몽골에 관한 서적"이었다.

무엇보다 평화로운 몽골의 게르(몽골 전통 텐트집)가 그동안 꿈꿔왔던 곳이라는 직감이 스쳐지나가면서 몽골로 가기 위해 자원봉사, 선교 등등 여러가지 수단을 이용해서 해외생활을 꿈꿔왔다.

하지만, 내가 그 황무지 땅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 생각만 하면 할수록 더 답이 안 나와서 몽골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 나라 언어와 문화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몽골어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매일 30분씩 몽골어 강좌를 들으면서 몽골어 글자와 기본 인사 정도는 익힐 수 있었지만, 독학을 하다보니 한계가 생겨서 온라인 카페에서 원어민을 찾다가 누군가가 올린 몽골어 과외 모집글을 보면서 관심이 생겨서 용기 내어 연락했다.

"저의 여자친구는 몽골인인데, 대학교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한국에 1년 정도 살아서 한국말도 곧잘하고 하루 한 시간씩 과외 시켜 드릴 수 있어요."

한국에 살고 있는 몽골인 여자친구의 용돈 마련을 하기 위해서 몽골어 과외 학생을 모집한다고 했는데, 그런 남자친구의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그리고 물어볼 것도 없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솔직히 몽골인은 처음 만나서 굉장히 신기하기도 하고, 한국 사람도 태어나면서 몽고반점이 있는 것처럼 생김새도 비슷해서 진짜 몽골인 맞냐고 몇번이고 되물었다.

거기다가 한국에 일년정도 있었지만, 한국어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가 그 다음 주에 몽골어를 배우기로 시작했다. 그래서 몽골어 첫걸음 책도 구입하고 만날 때마다 수업 외에 여러가지 질문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가끔씩 티타임도 갖게 되면서 주말마다 몽골인 과외 선생님과 종종 만나서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졌는데... 더 그 친구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았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대학교 출신에 경영학을 전공하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서 출장도 다니고, 한 때 잘나갔는데 왜 한국에 왔을까?"

그리고 영어,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한편으로는 한국생활이 적응이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친구는 말했다.

"엄마때문에 한국에 오게 됐어. 동생은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다가 남편을 만나서 결혼했고, 엄마는 그 전에 가족생계로 한국에서 와서 호텔 청소부로 일하고 있지."

"아 그렇구나."

당시,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었고,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연애 중이었다. 하지만 매번 그들의 말다툼이 잦아졌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연락을 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히 없었다. 둘의 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듣고만 있어줄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면서 종종 만나게 되었고.. 내 주변 친구들도 소개 시켜주니, 친구들이 몽골인이라고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거기서 그 친구가 마음을 서서히 열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친구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멀리 있어도 잊지 않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한다. 그 친구와 친해지면서 여건과 상황이 되지 않아서 몽골로 가는 꿈은 멀어졌지만, 그 과정 가운데 한가지 큰 것을 얻었다면, 생애 처음으로 몽골인 친구를 만났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중요시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우정을 이어나가다가 몇년 뒤, 필리핀에도 만나도 싶었던 친구들도 있었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몽골 대신, 필리핀을 선택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가면 꼭 한번씩 만나면서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전에 만난 한국인 남자친구와는 아쉽게도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30대 초반의 싱글녀이지만, 여전히 당당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몽골에 다시 돌아가게 되서 만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 친구가 몽골에 돌아가고 자주 연락을 하곤 했다. 더욱이나 최근에 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어서 나도 덩달아 기뻤다.


작년에 고국으로 돌아가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고 임신을 했단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출산을 앞두고 더 기대에 차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엄마의 마음은 다 이런가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종종 대화를 주고 받았다.




먼 곳에서 서로 안부를 주고 받아도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우정.

나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출산을 하고서 서로의 기쁨을 나누면서 더 큰 힘이 됐다.

사실 작년에 교통사고만 아니었다면 그 친구때문에 몽골에 가려고 생각도 했었다.

마침 그 친구가 먼저 보고싶다고 연락을 해서 나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종종 이야기도 하고, 어린 시절 호기심에 만난 외국인 친구가 이렇게까지 인연을 이어나간다고 생각하니,

소중한 인연에 더욱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몽골은 이제껏 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몽골인 친구과의 우정으로 조만간 가볼 계획이다.

꼭 가야지!


조금만 기다려.. 곧 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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