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교통사고 입원 후에 제일 먹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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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교통사고 입원 후에 제일 먹고 싶었던 것

피치알리스 발행일 :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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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교통사고


한국에서만 해도 오토바이 교통사고 문제가 커서 과실이 엉첨 큰데다가 거기다가 죽을 뻔하기까지 한 사건의 경과를 보면, 필리핀에서 이런 사고가 나서 머리수술을 6시간동안 받으면서 생사가 걸리는 문제를 봤을 때, 스스로 다시 삶을 재점화하기까지 참 힘든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수술에서 깨어났을 때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만 잤다고 했다. 수술의 고통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서 심지어는 다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무의식상태에서 그렇게 화를 낸 건 나 조차도 몰랐던 일이다. 


그리고 나서 겨우 일주일만에 몇수저 뜨면서 밥을 먹었지만, 병원에서 나오는 밥조차 손가락하나 까딱 건들지 않고, 아픔의 고통때문에 밥조차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을 했다. 그래서 겨우 눈을 떠서 찾은 음식은 한국에서는 그냥 길거리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김밥과 떡볶이다. 이상하게 김밥, 김밥.. 거친 숨소리로 말을 했다고 한다. 사고의 휴유증으로 갑자기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졌고, 향수병까지 생겼다. 


@ 사고 후 제일 먼저 찾은 음식이라서 친구가 손수만든 김밥

@몇일 째 계속 굶고 있는 나를 생각해서 친구들이 사온 비타민 파우더



수술 후 안정을 찾기 위해 몇일간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고, 김밥을 찾으면서 눈에 생기가 돌면서, 필리핀에서 흔히 먹기 힘든 김밥을 손수 싸주는 정성까지 보여서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의사의 말로는 사고 후에 정말 잘 먹어야 된단다. 그러면 회복이 더 빨라질 것이고, 정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평상시와 달리 음식 얘기만 하면, 한국음식만 떠오르는 것이었다. 타지에서도 한국인은 속일 수 없는게 바로 뭘 먹는지만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던가. 나에게도 고향의 맛이 그리웠다. 평상시에도 밥을 먹을 때 김치를 빼먹을 수 없듯이 아픈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여러가지 골고루 먹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친구들이 어렵게 택시를 타고 한국식당에서 비빔밥이랑 김밥, 오징어덮밥 등등을 사왔다. 병원입원 후 처음으로 개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고서 친구들이 정말 기뻤다고 한다. 한국인은 밥힘이라는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시간이었다. 필리핀에서 최고 좋은 식단으로 특별음식이 나오는 최고급병원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음식을 노래를 부를 정도였다니, 정말 뼛속부터 한국인은 맞는가 보다. 





@이것만 보면 군침이 돈다. 병원에서 맛있게 먹었던 불고기김밥

@두부전, 파전

@김치, 잡채




그렇게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고 난 후,

이상하게도 말이 많아졌다. 수술후에는 잠만 자고 누가와도 반기지 않고 말조차 없고 아프다고만 호소했는데, 10분이상 말을 한다는 것이다. 말없이 몇일동안 내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친구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10분이상 대화가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단다. 밤새 눈물이 고일 정도로 잠도 못자고 나를 위해서 기도해준 친구들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더군다나 긴 잠에서 깨어나서 가장 먼저 한국음식을 찾았을 때, 곧바로 나가서 한국음식을 사가지고 와줘서 너무 고마웠지만 고맙다라는 한마디 표현을 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 정말 고마운 사람들을 만났고, 끝까지 가족보다 끈끈한 친구들의 우정을 느끼면서 내가 진 빚이 많으니 절대로 이들을 떠날 수 없겠다고 깊게 다짐을 해본다. 




@매콤한 오징어덮밥, 이상하게 매운 음식이 땡겼다.

@한국음식점에서 사온 비빔밥,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밥 한공기 뚝딱 비운건 처음이다.

@아픔을 잊게하는 고향의 맛. 이렇게 나열하니 정말 군침이 돈다.



수술후 크게 변화된 점이 한가지 있다면... 

한국음식이 아니면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한다. 심지어는 퇴원 후에도 삼겹살 좀 구워달라고 부탁해서 바로 마트에서 장보고 삼겹살을 구워서 김치와 쌈, 쌈장을 큰 접시에 담고 침대 바로 앞에까지 갖다 주었다. 뭐라도 먹고 싶은 거 먹으려고 하는 것을 보니, 희망이 생겨서 주변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때로는 미안한 마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 스스로 경쟁사회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지려고 이 곳까지 오게 되었지만, 갑자스런 불의의 사고로 찾아온 아픔이 컸어도 가장 소중한 걸 얻었다. 절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다.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내 생명이 건사했는데 얼른 나아서 그 고마움을 보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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