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사기꾼을 만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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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사기꾼을 만난 사연

피치알리스 발행일 :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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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은...

 

치안이 두려운 나라.

여행하기 좋은 나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나라.

더운 열대 나라. 

 

등등 많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무엇보다 치안이 심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에서 긴급 호출을 하여서 빨리 귀국하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견뎌서

한동안 가족들과 연락도 하지 못했다.

해외생활은 그동안 꿈꿔왔던 일이지만, 역시나 해외생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낯선 그곳에 타인과 마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뿐더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수십 번 꼬임에 넘어갔을 법하다. 

 

예전일을 회상하면서 필리핀에서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안 좋았던 일도 많았다. 그중에 기억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사기꾼을 만난 사연이다. 최근에 한국인 총살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현지인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필리핀 로컬 거리 풍경

 

 

때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2013년도였다.

당시 휴대폰 소매업 하는 현지친구를 도와준다고 한국인 소매업자를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알게 되었지만, 그동안 별 탈 없이 현지친구에게 한국인과 소매거래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기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핸드폰 매장이 있으니, 그쪽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현지친구를 데리고 간 곳은 전혀 한국인이 오지 않을 곳 같은 

로컬 변두리의 조그만 휴대폰 매장이었다.

그리고 현지친구를 데리고 가니 그는 긴장한 기색이 있었지만, 

교회를 다니면서 집사님들께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그의 거짓말을 

그대로 듣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내놓은 6개의 스마트폰을 모두 구입한다는 말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기뻤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타인 명의 카드를 내밀면서 자기 밑에서 일하는 현지인과 함께

현금을 찾으라고 하여서 은행으로 가는 동안에, 현지인은 자기가 그 매장 사장인데 

왜 그 한국인이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냐며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길래, 

현지친구는 나에게 내가 꼭 가서 그 사람이 도망갔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다시 가보니, 그는 스마트폰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에게 인상을 찡그리며, 왜 왔냐고 말했다. 

친구가 부탁해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인상을 구기더니, 근처에 집사님이 와서 빨리 가봐야 된다고 했다.

 

"저기요, 저기 우리 교회 집사님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인사하러 같이 가실래요?" 

 

순간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너,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 사람 사기꾼 같아."

"그 사람 집사님들 만나야 된다고 했어. 나도 한번 가서 볼래... 그 사람이 사기꾼인지.."

"안돼! 제발 거기 꼼짝말고 있어!"

 

현지친구가 다급히 전화를 했음에도 철석같이 믿었던 그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있었다.

그 사람은 같이 가서 한국 지인들에게 인사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친구말을 듣기로 하고 그 사람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핸드폰과 스마트폰 2대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십여분이 지난 후 현지친구가 돌아와서 그 사람 따라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하는 것이다.

수십만 원의 스마트폰은 잃었지만, 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친구의 말에 안심했다.

그 한국인 남자는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너 그거 아니? 너 그 사람 따라갔으면 큰일 날 뻔했어. 그 사람 상습범이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이후 사기꾼을 찾기 위해 한인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다른 휴대폰 소매업자에게 연락했다.

"사진과 대화 내용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지만, 나이 40세 한국아저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세상에.. 이름까지 속이다니..."

어렵게 다른 휴대폰 소매업자에게 부탁해서 연락이 닿았는데, 결국엔 또 연락두절...

 

그렇게 사기꾼 추적은 종결 났다.

 

그리고 얼마 전 현지인 친구를 통해서 접한 소식은

한국인 총살사건에서 피해자는 내가 몇 년 전 만난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결국에는 똑같은 수법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사기를 치다니...

그로 인해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피해가 간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뭐든지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필리핀이 치안이 좋지 않은 건 인정하지만, 

범죄자의 소굴이 되지 않길 작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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