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알리스의 일기 |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필리핀의 직장생활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필리핀의 직장생활
       

각 나라마다 문화도 다르고 사람들 성향도 다르다.

필리핀에서 직장생활하면 여러가지 황당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미 현지 회사에서 일한지 10개월째... 하지만, 이미 마음을 다 내려 놓았다. 지금은 그냥 물 흐르듯 시간이 흐르는대로 따라갈 뿐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장점요소는 많지만 정말 얼마 전에 화나는 일이 있어서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누군가의 단점을 말하는 건 정말 싫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야지만 그 화가 어느 정도 풀릴 것 같다. 이성적이 아니라 감성적인 내 성격 탓에 내 마음을 때로는 행동과 말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입에 거미줄치듯 남에 대해 험담하는 일을 자제해 왔다.

그렇지만, 오늘 이야기는 다르다. 이성적인 것을 떠나서 기본에 벗어난 행동이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큰 교통사고로 한동안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그리고 치유되는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외국인 신분이라서 정식으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도 했고 직장에 입사한 후로 보험혜택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보험혜택은 여전히 내가 감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항상 진행 중"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오는 답은 똑같았다.

"아니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야? 계약서에 사고보험 혜택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게 도대체 몇달 째인지..."

내가 낸 지출에 비해 그다지 많은 혜택은 아니었지만 최소한의 보장은 받고 싶었다. 그래서 이메일을 보냈다. 매우 심각한 말투로 글씨를 키워서 보냈지만 경고가 날라 왔다. 내 행동이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관리자한테 보고를 해서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있으면 감정적인 싸움으로 연결되면서 나를 더이상 회사에서 일을 못하게 할 수 있을 수도 있단다. 겉으로 볼 땐, 선한 그들의 표정이 행동에서 180도 변했다. 


나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결국에는 상사에게 보고해서 내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하는 거다.


그 상황에서 나는 웃으면서 다음부터 안 그러겠다고 말하고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이런 일이 여러번이 있었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네..."

어찌됐건 그건 그렇다고 치자. 더 문제가 되는 건 여기부터다.




이미 서류도 다 제출했지만 벌써 6개월이나 지났다.

거기다가 4주 더 기다려달라고 메일을 받았지만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그래서 팀장을 불렀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무슨 얘기? 시간 없으니까 빨리 좀 끝냈으면 좋겠어.."

"알겠어.. 10분만..."

"내가 사고 난지 벌써 6개월이 흘렀는데 보험료를 못받고 내 지금 월급으로 감당하는 이상으로 병원비지출도 많고... 원래 HR에서는 3개월 전에 보험료가 나온다고 했는데, 지금 너무 시간이 흘렀어. 혹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지 업데이트 해줄 수 없을까?"

"알리스, 그들은 널 도와주려는데 왜 이렇게 자꾸 물어보니? 이렇게 물어보는건 무례인지 모르니? 너의 행동은 지금 전문성과 거리가 멀어. 기다리면 해주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거야?"

"사실 그동안 지출이 심해서 많이 힘들었는데 내가 너한테 처음 얘기하는 거라서 이런 부분은 이해안 갈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들어주고 그들에게 내 상황을 보고했으면 좋겠어..."

"그들도 도와주고 있어. 너가 물어보는게 이상한 거야. 그렇게 오래 기다리는게 싫으면 너는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없어! 원래 이런 거니까 이제 더이상 안 물어봤으면 좋겠어. 너 지난번에도 물어봤잖아?"

"응, 그런데 벌써 4주나 지났어. 나는 적어도 업데이트를 바라는 것 뿐이야. 내가 현지회사 경험이 많이 없어서 그렇지만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거든.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너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면, 전 회사로 돌아가던가!"

"알겠어. 한 주만 더 기다려보는데 너가 그런 일을 경험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최소한의 책임을 바란 것 뿐이야. 앞으로 기대조차 하지 않을께."



나는 단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 뿐이지만, 기대조차 해선 안되겠다. 하는 판단이 앞섰다.





"내가 비전문적인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책임을 회피하는 그녀의 태도가 더 비전문적이고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필리핀 직장생활에서 노하우를 얻은 것 중에 하나는 "기대를 하면 실망이 찾아 온다." 라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물어보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짐을 준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건 적어도 관리자로써 최소한의 배려다.

그런 배려조차 없는 사회에서 기계처럼 일적인 대화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너의 감정적이고 개인적인 사유가 여기서는 도움이 될 수 없어! 여기는 필리핀이야!"

그녀같은 그릇된 생각이 오해를 낳게 해서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무언의 항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정상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직장과 멀어질 수 없지만, 이것이 과연 올바른 행동인가...?

결국엔 그들의 느린 정보까지 다 내 잘못으로 끝났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나도 이런 수치스런 일을 당하면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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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   0  Trackbacks
  • 세상에. 읽으면서 막 불끈 불끈 하네요. 진짜 복지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심할줄이야...참 한국은 그런 회사 어디다 고발이라도 해본다지만 필리핀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제가 다 너무 속상하네요.
    힘내세요, 알리스님. 꼭 보험금 받으시길 바랍니다!
    • 토종감자님,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덧붙여서 이야기 하자면, 사내에서 자기 개인실적이랑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그런 사람이랑 단 1분도 대화하기 싫어요. 알고보니 그 사람은 개인문제가 많은데 타인을 힘들게 하면서 올라가려는 심리가 있어요. 본인이 난처하니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보지 않는거죠. 왜냐면 그녀는 같은 회사에 일하는 유부남과 불륜관계였지만 그것을 감추려고 노력하는게 보였고 상대방도 제가 아는 사람이라서 저와 그 상대방과 보험얘기를 몇번 주고 받은 모습을 보고서 예민해진 것 같더라구요. 저는 그때 당시 그들이 불륜관계라는 걸 몰랐거든요. 그리고 그 상대방도 그녀를 떠났죠. 더 바라는 것 없이 일주일 후에 신고하려구요. 이미 도를 지나쳤으니, 그게 최선의 대책인 것 같아요. :) 그들의 잘못으로 저를 혼내는 것 자체가 이해안가요. 문화와 언어, 인종이 아무리 다르다고 하지만... 그래서 함부로 피노인들에게 솔직한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거죠. 근데 필리핀인들 다 그렇지 않다는거.. 하지만 몇몇은 그렇더라구요. 전 누구든 피부색으로 색안경끼고 바라보진 않지만, 저의 모습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더라구요. ㅎㅎ
  • 아....정말 당황스럽네요ㅠㅠ 생떼를 쓰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제때 제공해달라는 건데...도리어 해고 위협과 서약서까지 쓰게 하다니...@.@ 아...할 말을 잃게 하는 반응이네요. 지금은 몸 괜찮으세요? 타지에서 겪은 일이라 더 상처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아요ㅠㅠ 아무쪼록 잘 해결되길 바라고, 후유증 없이 완쾌되길 바라요.
    • 너무 답답해서 올린 글을 공감해주시니 무한 감사합니다. 생각의 차이라고 하지만, 자기일도 나몰라라하는 심리가 더욱 화나게 하네요. 기본적인 복지혜택을 요구한다는게 큰 잘못인양 생각하는 것 때문에 화나났었습니다. 말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사람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잠잠코 있네요. 저는 이런 불의의 순간을 대면하면서 인내심을 배웠거든요.ㅎㅎ 다행히 몸은 괜찮아져서 그거 하나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 많이 속상하시죠...토닥토닥...
    기본적인 직원복지혜택사항 문의를 하는데 그걸 비전문적이라고 딴 회사 가보라는 협박조의 말을 하는 그 관리인의 인성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필리핀이 복지 후진국이라 해도 설마 필리핀의 모든 회사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죠...
    •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로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제 문제의 경우는 크게 말실수한게 느껴졌어요. 알고보니 한국인들이 본인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고 열등감으로 더 거칠게 대하는게 느껴졌어요. 필리핀 BPO회사에서 고등교육을 많이 받지 않아도 관리자로 승진하는 건 본인의 역량인데, 배우고 못배우고 차별은 하기 싫지만 그만큼 그 관리자는 기본적인 바탕이 안됐다는 문제죠. 이런 상황을 보면서 모르는 것도 죄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어요. 이렇게라도 속얘기를 할 수 있어서 참 위안이 되네요. 감사해요. :)
  • 딴거보다 메세지 내용을 보고 완전 부들부들 했어요. 뭐 저딴 #%$#.. 어떻게 저런 인간이 TL이 됬을까요.. 서약서라고 쓰셔서 잘 모르겠지만 혹시 Incident report는 아니죠? 어느 회사세요? 혹시 IR쓰신거라면 Dole에 신고해야 겠네요. 정당한 요청인데 답대신 서약서라니..
    • 이렇게 글로 속에 있는 것을 다 털어내니 그나마 마음이 안정되요. 거기다가 그 TL은 원래 저를 담당한 사람이 아니라서 더 제 상황을 몰랐어요. 저는 화나면 아예 말을 안하거든요. Incident Report는 사고 당시 다 작성됐구요.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Commitment예요. 일종의 서약서라고 하죠. 필리핀 콜센타는 일해보니깐 비추예요. 아니면 첨 입사때부터 기대를 하지 않는게 마음 편해요. 회사명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딱히 밝히기는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질문은 이메일을 주시는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암튼 제 상황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것 같으니, 힘이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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