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사기꾼을 만난 사연
       

필리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은...


치안이 두려운 나라.

여행하기 좋은 나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나라.

더운 열대 나라. 


등등 많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무엇보도 치안이 심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에서 긴급 호출을 하여서 빨리 귀국하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견뎌서

한동안 가족들과 연락도 하지 못했다.

해외생활은 그동안 꿈꿔왔던 일이지만, 역시나 해외생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엇보다 낯선 그곳에 타인과 마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뿐더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수십번 꼬임에 넘어갔을 법하다. 


예전일을 회상하면서 필리핀에서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안 좋았던 일도 많았다. 

그중에 기억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사기꾼을 만난 사연이다. 

최근에 한국인 총살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현지인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필리핀 로컬 거리 풍경


때는 몇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2013년도였다.

당시 휴대폰 소매업 하는 현지친구를 도와준다고 한국인 소매업자를 알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알게되었지만, 그동안 별탈없이 현지친구에게 한국인과 소매거래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기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핸드폰 매장이 있으니, 그쪽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현지친구를 데리고 간 곳은 전혀 한국인이 오지 않을 곳같은 

로컬 변두리의 조그만 휴대폰 매장이었다.

그리고 현지친구를 데리고 가니 그는 긴장한 기색이 있었지만, 

교회를 다니면서 집사님들께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그의 거짓말을 

그대로 듣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내놓은 6개의 스마트폰을 모두 구입한다는 말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기뻤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타인 명의 카드를 내밀면서 자기 밑에서 일하는 현지인과 함께

현금을 찾으라고 하여서 은행으로 가는 동안에, 현지인은 자기가 그 매장 사장인데 

왜 그 한국인이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냐며 불만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길래, 

현지친구는 나에게 내가 꼭 가서 그 사람이 도망갔는지 살펴 보라고 했다.


다시 가보니, 그는 스마트폰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에게 인상을 찡그리며, 왜 왔냐고 말했다. 

친구가 부탁해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인상을 구기더니, 근처에 집사님이 와서 빨리 가봐야 된다고 했다.


"저기요, 저기 우리 교회 집사님들이 기다리고 계세요. 인사하러 같이 가실래요?" 


순간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너, 무슨일이 있어도 거기서 꼼짝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 사람 사기꾼 같아."

"그 사람 집사님들 만나야 된다고 했어. 나도 한번 가서 볼래... 그 사람이 사기꾼인지.."

"안돼! 제발 거기 꼼짝말고 있어!"


현지친구가 다급히 전화를 했음에도 철썩같이 믿었던 그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있었다.

그 사람은 같이 가서 한국 지인들에게 인사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친구말을 듣기로 하고 그 사람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핸드폰과 스마트폰 2대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십여분이 지난 후 현지친구가 돌아와서 그 사람 따라갔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하는 것이다.

수십만원의 스마트폰은 잃었지만, 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친구의 말에 안심했다.

그 한국인 남자는 한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너 그거 아니? 너 그 사람 따라갔으면 큰일날 뻔했어. 그 사람 상습범이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이후 사기꾼을 찾기 위해 한인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다른 휴대폰 소매업자에게 연락했다.

"사진과 대화 내용을 보여주면서 물어봤지만, 나이 40세 한국아저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세상에.. 이름까지 속이다니..."

어렵게 다른 휴대폰 소매업자에게 부탁해서 연락이 닿았는데, 결국엔 또 연락두절...


그렇게 사기꾼 추적은 종결났다.


그리고 얼마 전 현지인 친구를 통해서 접한 소식은

한국인 총살사건에서 피해자는 내가 몇년 전 만난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결국에는 똑같은 수법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사기를 치다니...

그로인해 필리핀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피해가 간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뭐든지 다 이유가 있었구나.

필리핀이 치안이 좋지 않은 건 인정하지만, 

범죄자의 소굴이 되지 않길 작은 바램이 있다. 




26  Comments,   0  Trackbacks
  • 어머나 힘든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몹쓸 사기꾼을 만났군요. 인과응보라는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세상은 정말 무서워요. ㅠㅠ 그래도 안다치고 무사하신것이 다행이네요. 해외 나갔을때 한국 사람을 조심 또 조심해야 해요. ㅠㅠ 이런말 하는 저도 마음은 편치 않지만 한국에서 온지 얼마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치네요.
  • 소름돋는 이야기네요....
    몇년전에 봤었던 그 사기꾼이 이번에 총살당한 사람이라니..

    필리핀에서 사업하는 한국인을 타켓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잠시동안 어학연수하러 세부에서 지낼 때 학원 근처 카페에서 한국인이 총살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지요..
    제가 자주 가서 커피마시던 카페라서 더 무서워지더라구요.

    몸조리 잘하시고 다니세요!!
    • 넵 맞아요.
      현지에서 현지인을 조심해야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인을 더 조심해야되죠.
      이제야 꺼내는 이야기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서 그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잠시도 한눈 팔 수 없죠.
  • 뭔가 씁쓸하네요.
    무엇보다 큰 일을 당하지 않으셔서 다행이에요.
    때론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는데, 더 큰 것을 잃지 않음에 감사해야 할 때가 있지요.
    필리핀 이야기를 많이 봐왔는데... 안좋은 사건들보다는
    그들의 천진난만하며 긍정적인 사고관들이 돋보이는...
    그런 나라의 이미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 총살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만난 사기꾼이었군요.
    우연치곤 무섭네요.
    • 제 경험이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고 잘되는 법은 없어요.
      그동안 저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은 잘된 일이
      없어서 씁쓸합니다.
      모두가 서로 힘을 주고 도움을 주는 그런 세상이 오길 꿈꿔봅니다.
  • 필리핀에서한국인이 범죄 대상이 많이 되고 있는가 봅니다
    아뭏든 조심할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사기꾼은 다 있습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헉... 한국분이 한국인들에게 사기를 친거죠? ㅎㄷㄷㄷㄷ
    아..무섭습니다. 그리고 정말 안따라 가시길 잘 하신것 같아요
    • 네. 필리핀에서 처음으로 한국사람한테 사기를 당했어요. 솔직히 저는 현지친구에게 낯을 들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미안했었거든요.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한국사람으로써
      피해끼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 헉....이런....일이 있으셨다니....필리핀 관련 기사 종종 보면...여행하기 주저되는 사람 많을듯 싶어요. 현지인 친구 아니셨으면...정말 큰일나실 뻔 했네요...ㅠㅠ 한인은..왜 거기 껴있는지...후..... 타지에서 정말 첫인상 보고 믿으면..... 안되는 것 같아요ㅠㅠ 타지 상황을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나름 지혜롭게 잘 대처하신 듯합니다!
    •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깨달아요.
      주변 친구들 도움으로 해외생활을 잘 한 것 같아요.
      어딜가도 한국인으로써 빛을 발하는게 저의 해외생활 노하우인 것 같아요.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지만 그것으로 인해 깨달은게 많아요.
  • 외국에서 저런 일이 있다니 무섭겠어요.
    모쪼록 건강하게 별탈없이 해외생활 이어나가시기를 ^^
  • 저도 비슷한경험이 있어서 공감가네요. 오토바이 사기를 한국사람한테 당하고 경찰서까지 가서 제 멱살잡고 욕하던 50대 한국아저씨가 생각나네요..
  • 그래도 물건만 잃으신 게 천만다행이네요.
    한국인 총살사건의 피해자가 그 사기꾼 분이라니, 안타깝긴 하지만 왠지 인과응보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해요.
    한 때 두테르테가 무자비하게 때려잡는다는 뉴스가 자주 나왔는데, 요새는 좀 잠잠하네요.
    필리핀도 사정이 나아져야할텐데요.
  • 에고...어딜가나 무서운 세상입니다.ㅠ.ㅠ
  • 어머~ 필리핀 여행가면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참으로 무서운 나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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