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겪었던 끔찍한 오토바이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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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겪었던 끔찍한 오토바이 교통사고

피치알리스 발행일 : 201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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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다. 


* 위 사진은 사고와 관련이 없음을 명시합니다. 필리핀의 교통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참고로 첨부된 사진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러시아워가 한국보다 훨씬 이른 시각으로 새벽 6시부터 꽉 막히기 시작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일찍 출근하는 출근 길에 필리핀에 살면서 생각도 못한 교통사고가 나에게 찾아왔다. 사실 모든 기억을 잃고 수술에서 깨어나서 병원에서야 이 모든 사실을 주변인들을 통해서 듣고 알게 되었다. 사고로 인해서 거동도 불편한 몸상태 때문에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라서 그동안 모든 활동을 다 중단하고 치료에만 전념해서 한참 뒤에야 올리는 블로그 글이다. 한국, 필리핀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면서 악착같이 내 자신과 싸워야만 했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 상황을 들은 대로 설명하자면 참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건 당일

평상시처럼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길인데, 일반 택시를 타면 택시요금이나 거스름돈이 없는 상황을 예비해서 건물 바로앞에서 정차를 하지 않고 지프니타는 일반도로와 연결된 입구쪽에서 내린다. 워낙에 지프니나 일반차들이 쌩쌩 지나가기 때문에 그 도로에 서 있으면 위험하다. 그렇지만 택시 정차 후 길을 건널 필요조차 없이 갈 수 있는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회사 건물 입구와 떨어진 반대쪽으로 횡단 보도가 없는 도로를 건너다가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치어서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너무 이른 아침 7시라서 지나가던 사람들이나 건물을 지키는 경호원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든 응급 상황을 예비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찰나에 다행히도 출근하고 있는 한국직장동료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갔더니, 내 얼굴을 알아보고 구급차를 불러서 근처 가장 큰 병원으로 싣고 갔다고 했다. 오토바이로 친 가해자 식구들도 동원해서 같이 병원으로 이동되었는데 내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출근 길... 전진할 수 없는 꽉 막힌 도로



그렇지만 나는 이 모든 사실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힘겹게 나를 응급실로 끌고 갔지만, 가장 중요한 건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된다는 사실이다. 타지에서 이런 상황을 경험하다보니, 가족도 없이 같이 사는 룸메이트에게 연락이 오갔다. 그리고 급하게 모든 일을 중단하고 달려와 준 친구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고 후 3시간 동안 수술에 들어가지 못해서 친구들이 와서 수술 동의서에 싸인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이 바로 들어갔고, 6시간동안 수술이 진행이 되었다. 사고 당일날 한번도 깨지 않고 의식을 잃었고, 제일 처음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을 때 한 친구가 나를 유심히 보는 모습만 기억에 난다. 




병원에서의 기억은 그때의 심각한 상황을 말해준다.



불행 중 다행

내가 의식에서 돌아왔을 때, 의사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수술이 10분만 늦게 들어갔을면 저 세상에 갔을 거란다. 이 의미는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거다. 머리와 코와 귀에 피를 철철 흘렸고, 머리에서 뇌를 누르는 큼지막한 핏덩어리를 제거를 했다고 한다. 만일 그 날, 큰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다면, 수술을 하였어도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만 했을 거라고 말한다. 정말 내 인생에서도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오토바이로 치던 가해자는 그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보통 필리핀에서는 이런 상황이면, 지갑이나 핸드폰을 가지고 도망간다고 한다.) 수술로 인해서 보험처리도 안되는 엉첨난 병원비를 본인이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하는데, 뺑소니가 아니길 다행이고, 지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병원비를 친구들의 기금, 직장 동료의 기금이랑 친구들의 가족들이 병원비를 대신해서 부담했다고 한다. 너무나 감사한 건 그들의 기도의 힘이 너무나도 컸다. 


사고 후 3일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은 밤잠을 못 자면서 노심초사하였다. 만일 다시 깨어나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도 긴 잠에서 깨어나서 현지 친구들에게 영어로 "내가 왜 여깄냐고" 질문했을 때 친구들이 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식음을 전폐하고 불철주야로 도와준 가족같은 친구들, 주변 지인들에게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고 후 일주일만에 10분이상 말을 할 수 있었고, 이전에는 물과 음료수 비타민이 들어간 음료만 몇모금 마셨는데, 그 이후로는 과일이나 병원에서 제공되는 음식의 절반이라도 먹을 수 있는 놀라운 회복이 돌아왔다. 



병원에 퇴원하는 날 10일동안 한번도 복도 밖을 벗어난 적이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찍은 병실 복도 사진.



사고 후 놀라운 변화가 내 삶에서 찾아왔다. 

이전에는 내 삶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당시의 기적만으로 얼마나 내 삶이 소중한지 깨달았다. 감사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먼저는 기독교인으로써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로 인해 하나님께서 내 목숨을 귀히여기고 살려주심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혼자서 감당했으면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가해자와 잘 협의해서 처리가 잘 되었고, 아직도 갚을 빚이 많다. 그리고 더 위험해질 뻔했는데 필리핀 최고 병원의 소문난 의사를 만나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되어서 정상인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거다.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 이 모든 도움이 없었으면,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성원에 감사드리고, 정말 어렵게 다시 되찾은 삶을 미련없이 정말 보람되게 살 것이라고 다짐한다. 




*사고 후 병원 생활로 한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필리핀에서 교통사고로 이전에 보도거리를 본 경험이 있는 바로는 정말 필리핀에서 교통안전을 위해서 항상 조심해야 될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대중교통비용이 아무리 저렴하다고 할지라도, Uber나 Grab taxi로 회사이름이 걸려있는 신원이 확실한 택시를 타는 것이 필리핀에서 이동할 때 더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제 개인블로그에 하나 하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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